연일 치솟는 물가로 인해 가계는 물론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까닭이다. 지난 14일 전국 철근·콘크리트사용자연합회는 현대건설의 전국 모든 현장에 무기한 공사 중단을 하기로 했는데, 지난해 상반기 이후 철물, 각재, 합판 등 비용이 50% 정도 급등했으나 이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해진 기한 내 공사를 마쳐야 하는 건설공사에서 공사 중단으로 인해 발생할 공기 만회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고라도 공사 중단을 선택한 철·콘연합회의 결정은 사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관급공사의 경우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 정한 대로 품목조정률 또는 지수조정률 3% 이상의 증감이 발생한 경우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고, 특정규격의 자재별 가격변동이 15% 이상인 경우 해당 자재만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규정(단품 슬라이딩 제도)도 마련돼 있어 원·하도급업체 모두 공사비 상승의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공사의 경우 공사비 상승의 리스크를 거의 대부분 건설업체가 부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하고 있는 민간건설공사 표준계약서에서는 국가계약 표준계약서와 동일한 수준의 물가변동 계약금액 조정 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나 민간건설계약 표준계약서 사용은 강제사항이 아니다. 또한, 민간공사 계약에서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법원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부당특약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국토부는 대한건설협회의 ‘민간건설공사 도급계약서에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하는 조항이 규정된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2호에 위반돼 무효가 되는지’라는 질의에 대해 무효가 될 수도 있음을 회신하고, 각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원자재 수급불안 및 가격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계약 업무처리지침을 안내하는 등 건설업체의 피해 예방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므로, 조속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민간공사의 경우 상당수가 총액계약으로 이뤄져 물가변동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총액계약의 경우라도 기성 및 설계변경의 기준으로 삼기 위해 계약내역서를 작성하기도 하지만 생략하는 경우가 많고, 수량 및 단가에 대한 이견으로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많이 있다.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도 계약내역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총액계약의 경우라 할지라도 발주자와 합의된 계약내역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약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품목조정률, 또는 지수조정률 방식 외에도 건설공사비 지수를 활용한 물가변동금액 산정도 가능하다. 건설공사비지수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공사비 실적자료의 시간차에 대한 보정과 물가변동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기준, 그리고 건설물가변동의 예측 및 시장 동향 분석에 활용할 목적으로 작성하는 공인통계자료이다. 

하지만 물가변동금액을 산정하는 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과 같은 급격한 건설 원가 상승에도 건설사업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발주자와 건설업체 간의 이해와 협력이다. 또한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가 발주자와 건설업체 간의 불가피한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대한 법률적인 재검토와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