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요소수 대란이다. 중국과 호주의 외교갈등으로 시작된 석탄문제로 인한 중국의 전력난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만 해도 그저 이웃 나라의 문제일 뿐이었다. 하지만 석탄부족으로 인한 중국의 발전량 축소는 요소 생산의 위축을 가져왔고, 부족해진 요소에 대한 중국의 수출제한으로 국내 소요량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갑작스런 요소수 대란을 겪고 있다.

요소수는 디젤차의 ‘배출가스 저감장치(SCR)’ 작동에 필요한 질소산화물 환원제로 질소산화물을 깨끗한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성분이다. 국내에서 2015년도 이후로 출고된 디젤차량은 모두 유로 6기준이 적용돼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설치돼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요소수가 필요한 화물차는 200만대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요소수 부족이 지속될 경우 차량운송에 의존하는 원자재 공급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소매점 물품 공급, 택배 배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차질이 예상된다.

건설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선 화물차 운행이 제한되면서 철근과 시멘트, 레미콘 등 핵심 자재 수급에 비상이 걸렸고, 크레인, 굴삭기 등 요소수가 필수인 건설 중장비 가동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건설자재 수급 지연 및 중장비 운영 중단으로 인해 공기지연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문건설업체의 부담으로 남게 될 수 있다. 

공공공사 공사계약일반조건에서는 불가항력의 사유에 의한 경우, 원자재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해당 관급자재의 조달지연 또는 사급자재의 구입곤란 등 기타 계약상대자의 책임에 속하지 아니하는 사유로 인해 지체된 경우 등을 정해 지체일수에 산입하지 않으며, 해당사유에 대한 계약기간의 연장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건설공사 표준하도급계약에서는 원사업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 또는 태풍·홍수·악천후·전쟁·사변·지진·전염병·폭동 등 불가항력의 발생, 원자재 수급불균형 등으로 현저히 계약이행이 어려운 경우 등 수급사업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공사수행이 지연되는 경우 공사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IMF사태 및 그로 인한 자재 수급의 차질 등은 불가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9. 4.선고 2001다1386 판결)는 판례와 같이 법원은 불가항력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불가항력은 채무를 불이행한 계약당사자의 책임을 제한하는 사유이므로 원칙상 이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작금의 요소수 대란으로 인해 연말 공사수행에 필요한 자재, 장비 등의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계약된 공정을 완료해야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는 건설산업의 구조상 일차적으로 전문건설업체가 추가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공기지연 발생 시 지체상금 등 손해배상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요소수 대란과 같이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건설현장의 위험요소들이 상대적으로 더 절실한 하수급인에게 전가돼 또 다른 “위험의 외주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정부 부처는 물론 모든 건설산업 참여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